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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ish me, choke me, my cherry

역시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마냥, 그간의 짓누름이 무색해진다. 이보다 기뻤던 것이 있었나, 싶게 기뻐야 하는데, 함부로 행복해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이유는 모르겠다. 분명 가장 그려왔던 결말이고, 얻어걸린 것보다도 한 땀 한 땀 일궈 내었는데. 내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내었다기보다는 짓눌림 아래에서 기어가며 버텼는데. 그래보았던 것이 없어서 더 무색하게 더 무뎌지게 느껴지는 것인지, 어쩌면 끝으로 향하는 것들이 많이 아쉽기도 한가 보다. 뒤도 안 돌아보게 될 줄 알았는데. 기뻐서 소리를 지를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턱 막히는 숨과 안도의 눈물이었다. 서류들이 오가고, 원 웨이 비행기 티켓이 정해져도, 수많은 축하 인사를 받아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오히려 공상에 가까운. 그나마 가장 진짜 ..

On the grind, Chapter 7

무서운데 다 손에 넣은 느낌. 그 도시도, 너도, 지금의 집중도, 이 마무리와 시작도, 계속해서 툭치면 울 것만 같은데 벅차고 바들거려. 목 위까지 물이 차올라 턱을 치켜들고 간신히 숨이 들어가다 긴장이 풀리면서 후우 숨이 빠져나오면서 흐물흐물 꼬르륵 잠겨 아래로. 주변을 감싼 물이 너가 된 거 같아. 휴식도 생각나지만 지금의 집중에 열정에 추진기가 붙어.너무 우수에 차는 동시에 아직은 얼떨결 한 거 같아. 이보다 큰 것이 있을까. 2025.3.13 9:34 AM *** 이보다 확신이 든 선택은 없었던 거 같..다.라는 말 자체가 확신이 없는. 꿈으로 두었을 때가 더 선명하게 그려졌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까 더 흐려지고 막연해지고, 상상도 안 가고 얼떨결 하고, 이게 맞나 싶고,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I feel like ur my cherry

우리 다시 돌아왔는데, 그때랑은 느낌이 참 다른 거 같아. 나는 무슨 부담감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왜 너는 항상 경직되어 올라가 있는 나를 다시 녹이고 편안하게 해.다시 좋아지는 마음이 커져서 설레는데 걱정돼. 항상 그렇듯 그것마저 괜찮다고 늘 떠나지 않을 것처럼 믿음을 주는, 줄 것으로 보이는, 주려고 노력하는 너라서 심장 바닥면이 지글거려. 다시 조만간 우리의 기억이 될 순간들이 또 머릿속에 몽글몽글 그려져. 떡볶이 주문서를 내놓고 기다리는 와중에 바닥의 매트를 부스럭부스럭 밟으면서 너에게 온몸을 기대어 붙이고 있어. 그러면 코끝으로 달콤한 시나몬 향이 들어와. 너의 팔을 안고 있다가 왁 어깨를 깨물려다 말고 턱을 올려놓을래. 너는 따듯한 김밥이랑 떡볶이를 들고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잔디로 걸어가. 사..

No Roadman in Ghibli

요즘 참 이것저것 괜찮다가도 안 괜찮아지는 상태와 시간인 거 같아. 나름 정리도 되어가고, 너도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어가고 있는데.사실 모든 게 정리가 되는 순간은 없잖아, 아마 이번 여름이려나.그런 순간이 와도 얼마 못 버틸 거라는 것도 알잖아.무튼 다시 삶과 현실에 닿아가는 걸 느끼려는데 현실이 현실 같이 또렷하지 않아 지다니.흔들릴수록 그중 안정적인, 안정적으로 보이는, 최소한 그렇게 느껴지는 걸 붙잡으려고, 혹은 그리워하게 돼.일시적인 거라 매몰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가짜 안정이 너였어서 무의식적으로 너를 불러오기도 했던 거 같아.나름 괜찮았는데, 그건 아마 너가 지워져서가 아니라 그 미래의 정말 작은 계획이어서였나봐.놓으려면 너무 무섭고 아픈데, 미뤄두는 거니까.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놓아지..

On the grind, Chapter 6

미라클 넘버투가 내일 일어나야 하는 것. 묘한 희열의 교환이다. 2024.11.18 11:52 PM *** 미라클 넘버쓰리. 미라클은 만들어내는 건가 봐. 빽빽하고 가득해. 항상 믿고는 있었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지도 않았지만, 가시적으로 남겨지는 건 더 큰 믿음을 줘. 운은 내가 직접 만들어 내는 거라고,그 하비는 크게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뭐. 늘 완전히 준비될 순 없나 봐. 분명 이것만 하게 되면 프리패스 골든티켓을 얻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마음이 편하진 않아. 게다가 사람 마음은 너무 간사해. 왜 굴러들어 온 기회는 충분히 너무 매력적인 제안임에도 눈에 차지 않는 걸까. 기회에게 나를 주어주지 않으려고, 나에게 기회를 주어주려고, 비싸게 굴려는 게 아니라 중심이 있었으면 쉽게..

ugh

유난히 올해는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는 거 같아. 대체 언제까지 2024년이야 퓨 가장 좋아하는 연휴 겸 이벤트도 지나, 드디어 연말로 가고있는데, 다사다난하지도 않았던 올해가 많이 길게 느껴져. 첫 스타트는 기분이 이상했어. 너무 자신만만하기도 하고, 이거 뭐 해서 되나 뭐더러 해보는 것인가 싶게 자신감이 너무 떨어지기도 했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생각하고 들춰보고 그러게 되는 거 같아. 이제 겨우 하난데 나머지도 있는데 왜 벌써 약간 후련하면서 기운이 빠지는 걸까. 요즘 들어서는 내 원동력이 뭐일까 생각이 많이 들어. 분명 뭔가 있고, 주변도 있고, 먼 것도 있는데 여전히 그 연휴 아침 고요하게 붕 뜬 그 느낌. 뭐에도 애착이 안가는 그 느낌. 잘 모르겠어.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On the grind, Chapter 5

처음에는 이 붕 뜬 기분이 그저 여행이 끝나고, 여름도 지나, 한 고비도 넘기고 새로운 양상에 들어서는 과도기에서 느끼는 묘함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끝이 다가오면서, 그리고 새로운 시작도 함께 다가오면서 흥분과 기대가 커지는 만큼 기개는 쪼그라든다. 겉으로는 너무 정돈되고 나아가는 모습인걸, 여전히 속에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는 구름이 자리 잡혀 있다. 마치 혹시나 뭐가 틀어졌을 때의 변명을 미리 만들 준비를 하는 것처럼. 안돼. 내일은 꼭 내 손을 이끌고라도 가줘. 하루에 몇 번이고 그 어떤 장면을 떠올리는지 몰라. 지하철을 타고 저녁에 운동이 끝난 후 저녁 9시쯤 집에 오다가, 스팸 같아 보이는 메일을 봐. 그때면 많이 추워졌을 테니까, 나는 그 레깅스 위에 포근한 바지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고..

On the grind, Chapter 4

이보다 바빴던 적은 참 많은데, 이보다 감당이 안되었던 적은 없었다. 이제 좀 정체기가 지나고 시작을 할 수 있겠구나, 결심이 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복잡함은 처음이다. 패닉도 아니고, 번아웃도 아닌, 고민과 걱정도 아닌, 말 그대로 막연한 불안감. 얼마 전 글쓰기 수업에서 나에 대한 에세이를 쓸 때, 나 자신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하는 것은 없다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정말 빠르게 진행되는 팀 프로젝트에서 조금 딴청을 부렸을 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는 느낌을 최소한 나 자신에게 느끼기 싫었다. 이건 그런 느낌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는가, 아니다. 욕심과 이상이 허무맹랑하게 큰가, ..

Too Toxic

너무나도 뜻밖이었던 그녀의 손편지에, 너무 귀여웠던 편지지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마음에 그만 와글 눈물이 맺혀버렸다. 플레이리스트는 왜 눈치 없게 Arctic monkeys를 들려주는 거야. 주변과 상황과 관계가 변하는 것을 짜릿하다고 느끼면서도 조금은 무서웠단 말이야. ‘이 모든 게 무뎌지고 우리 여유가 없어지더라도 네가 좋을 거야. 우린 친구일 거고, 네가 나에게 큰 응원이었듯 나도 널 응원할게.’ 이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느낄 정도의 시간과 마음과 생각을 나누었던 우리를 나는 너무 사랑해. 항상 나보단 네가 나한테 더 의지가 많이 되는 존재라는 생각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는데, 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신기하다. 너 머릿속에서 그만 나가라며, 그게 내 머릿속인 걸. 힘든 일은 없지만 안..

On the grind, Chapter 3

변화를 갈망해. 새로움과 일탈은 달라. 아니 안주를 위한 변화를 쫓는 것이야. 어려서부터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너는 뭐 하나에 꽂히면 그거에 환장해.” 그렇다. 나는 보스턴에 가고 싶다는 이 희한한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다. 딱 이틀 사흘 머물렀던 보스턴은 나에게 너무나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 특유의 파이브 가이즈스러운 날 것의 느낌이 덜 하면서도, 여유롭고 깨끗한, 아늑하고 사람들이 좋은 도시. 부촌이어서 그런가. 매튜가 어떻게 지내는지 참 궁금해. 음. 그곳은 그런 곳이야, 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0.1%의 빼꼼과 환상으로 가득 찬 이 생각은, 아니 환상은 놀랍게도 나의 모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는 길만이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