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마냥, 그간의 짓누름이 무색해진다. 이보다 기뻤던 것이 있었나, 싶게 기뻐야 하는데, 함부로 행복해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이유는 모르겠다. 분명 가장 그려왔던 결말이고, 얻어걸린 것보다도 한 땀 한 땀 일궈 내었는데. 내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내었다기보다는 짓눌림 아래에서 기어가며 버텼는데. 그래보았던 것이 없어서 더 무색하게 더 무뎌지게 느껴지는 것인지, 어쩌면 끝으로 향하는 것들이 많이 아쉽기도 한가 보다. 뒤도 안 돌아보게 될 줄 알았는데. 기뻐서 소리를 지를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턱 막히는 숨과 안도의 눈물이었다. 서류들이 오가고, 원 웨이 비행기 티켓이 정해져도, 수많은 축하 인사를 받아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오히려 공상에 가까운. 그나마 가장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