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일기장

Too Toxic

마틸다 Matilda 2024. 6. 11. 00:02


  너무나도 뜻밖이었던 그녀의 손편지에, 너무 귀여웠던 편지지에, 그리고 안에 담긴 마음에 그만 와글 눈물이 맺혀버렸다. 플레이리스트는 눈치 없게 Arctic monkeys 들려주는 거야. 주변과 상황과 관계가 변하는 것을 짜릿하다고 느끼면서도 조금은 무서웠단 말이야. ‘ 모든 무뎌지고 우리 여유가 없어지더라도 네가 좋을 거야. 우린 친구일 거고, 네가 나에게 큰 응원이었듯 나도 응원할게.’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느낄 정도의 시간과 마음과 생각을 나누었던 우리를 나는 너무 사랑해. 항상 나보단 네가 나한테 의지가 많이 되는 존재라는 생각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는데, 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신기하다. 머릿속에서 그만 나가라며, 그게 머릿속인 . 힘든 일은 없지만 안 그래도 툭치면 와앙 쏟아낼 것만 같았던 요즘이었는데 좋은 트리거가 것인지, 오히려 딥하게 만든 것이었는지 모르겠네. 소중한 진심과 진정성 있는 배려에 너무 고마워.
 
***
 
  정작 머릿속에서 나가줬으면 하는 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밀어내고 싶은 존재이자, 제일 사랑하는 존재이겠지. 이제는 너무 현실 같지 않아. 마치 너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이건, 품위를 내려놓는 것이건, 나를 주는 것이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어쩌면 추측이 아닐 수도 있겠다. 화면을 통해 오랜만에 본 너는 항상 그렇듯 너무 매력적이었고, 내 소식을 들은 너의 표정은 더 유독했어. 그 아름다운 형상으로 나를 움직이고, 내가 좋아하는 말들로 내 목을 조이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들을 강제로 뱉게 함으로써 나를 가뒀어. 그 안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자유를 느꼈고. 마지막 날 밤 보였던 그 사랑스러운 눈과 미소를 다시 마주하며 새삼스러웠지만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다시 떠올랐어. 아직까지도 너는 믿긴 힘든 사람이지만, 나의 속속을 깊게 기억하고 생각하는 너는, 그때 마냥 마구 상처를 내고, 다시 보듬어줘. 여전히 다른 ‘우리’들을 만들게 하고, 다시 나를 끌어당겨. 이렇게 나를 망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다음날, 빈말처럼 보였지만 진심이었던 나의 말들을 너는 담아두었어. 허구한 날 네가 했던 말들을 직접 마주하니까 어때? 너도 나처럼 웃음이 피식 나왔니. 벌써부터 세부나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알아보는 이 들뜬 감정은 또 몇 주를 가겠지. 네가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는 맞지만 언젠간 너를 정말 그 시간 속에 가둘 수 있을 거야. 아직은 이 힘든 감정들을 즐길래. 그거에 환장하는 거 알잖아. 몇 번의 황홀과 실망을 지나, 그런 순간이 온다면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웃길 걸 알아. 웃기기는커녕, 그 이름으로 감정이 모두 압축되겠지. 닥터 스트레인지마냥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결말들이 다 너무 아쉽다. 아직까지 너라는 사람은 너무 어려워. 그래서 더 오기가 생기나 봐.
  어쩌면 너라는 사람을 그리워한다기보다는 너와 같은 존재에 얽매여 돌아가는 내 모습이 좋은가 봐. 이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면?

2024.06.10 10:4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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