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comfort zone, Chapter 6

 

  지금 이 시각, 이 장소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도시가 주는 가장 큰 매력들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다섯 개의 나라에서 온 다섯 사람들이 함께 차를 타고 할로윈 코스튬을 사러 가는 도중 나온 이야기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대화를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배제할 수 없는 이해관계는 관대함과 신중함을 요한다. 특히 다소 무겁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에는, 역사와 배경으로 인해 뿌리 깊게 박힌 가치관들이 오가기 때문에 그만큼 흥미로우면서 조심스럽다. 특정 나라의 대한 인상과 개인의 의견을 구분해야 하는 것이 그것에 대한 이유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나누었던 대화들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일본의 경제와 젊은 층들에 관한 것이었다. 점점 약해지는 엔화에서 보이듯, 위태로운 일본의 현시점에서 젊은 지식층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도쿄대 친구들의 걱정이었는데, 꽤나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몇 배씩이나 비싼 이곳의 물가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점심을 한 번 먹으려고 해도, 떡볶이를 6천 원에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가 떠오른다. 심지어 그 돈이면 망고를 몇 봉지까지 먹을 수 있는 방콕도 떠올려진다. 물가가 싸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가 경제적으로 아직 약하다는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지만, 초반에는 애국심에 불타 더 경제적으로 강하고 그만큼 페이도 센 강대국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런데 점점 우리나라를 강하게 성장시키는 것보다, 나 개인이 강대국으로 가서 좋은 페이를 받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며 모든 나라들이 강해질 수 없고, 상대적인 것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그것에서 얻는 이득도 있다는 것은 배웠다. 하지만 어느 한 나라에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야하는 개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 얌생이 같은 생각에 점점 마음이 쏠린다.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글로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지만, 동시에 흔들리는 사회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길을 깊게 고민하는 듯 보였다. 사회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은 계층의 균형인데, 밸런스가 깨져있는 상태에서 더 격차가 벌어졌을 때, 상위 계층이 다른 나라로 도피하는 상황이 일본의 현 상태라는 소식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옹호할만한 개념이다. 그 사람들은 최소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남은 사회와 다른 계층의 사람들은 그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할 거라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출발선이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와도 연결되는데,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아가려는 방식도 ‘안정적’이라는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만, 만약 그러한 삶 혹은 더 못한 수준을 원하지 않는데도 가진 배경 때문에 자리를 빼앗긴다면, 그리고 불안정한 구조가 그러한 삶마저 보장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당한 사회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불균등을 바로잡기 위해 그저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세상에서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거론되었다. 그렇게 탄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젊은 지식층들이 이 나라에 남아, 다시 나라의 힘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들의 기대였다. 이외에도 어떤 주제에 대하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때마다 다양한 환경과 경험에서 오는 새로운 시선들이 발상을 깨운다. 이곳의 커리어 페어나 세션들에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방향에 대한 확신이 점점 커졌다. 동시에 사회적인 고민들에 대한 필요성도 덩달아 느꼈다. 전에는 부수적인, 조금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이제는 점점 나와 주변 사람들이 상생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로 다가온다.

2023.10.23 02:5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