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일기장

Out of comfort zone, Chapter 5

마틸다 Matilda 2023. 10. 18. 18:57

 

  
  새로운 사회 실험을 하나 해보려 한다. 아니 어쩌면 동의를 구하기도 전에 벌써 시작되었을 것이다. 대상은 나 자신, 구체적으로는 나의 감정과 행동이고 실험자는 나의 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유는 해당 주제에 있어, 보통 먼저 나아가는 것은 감정이고, 그것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것은 이성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종종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지만, 환경과 주변의 시선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전 포스팅에서 드러났을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나는 조금 무모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을 잘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다가감에 있어서 다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을 정도라고 해두자. 그렇게 떠올린 이상적인 관념은 ‘소유가 없는 열망’이다. 본래 나는 욕심이 많다. 물건보다는 사람에 대해서. 그 욕심은 상대방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서 조종하고 싶은 것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의 것이다. 상대는 나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봐주며, 내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가두지 않지만, 언제든 우리를 절박하게 바라고 원할 수 있도록 어쩌면 나를 소유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일 것이다.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심지어 도망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낄 때가 있어도, 한순간에 돌아오고 싶게끔,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를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상태 말이다. 상대는 다른 것을 원하고 소유해도 되지만, 그것이 나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그것조차 즐겨야 하는 것이 이 열망의 일부이다. 소유욕을 느끼려고 하는 그 상태가 어쩌면 나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과정을 잘 되짚어보면, 사실 상대건 나건 완전한 ‘소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착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책임이 분산된다. 서로 간의 소유가 전제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존중과 애정은 있지만 구속이 없는 상황이라면 언제나 말이 되는 상황이 된다. 이 관념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실험자 또한 실험 대상을 온전히 알고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는데, ‘상대’라는 부수적 요인에 있어서도 애정에 ‘소유’가 반드시 수반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궁금해졌다. 물론 이 실험은 특정한 환경과 대상, 요인들이 맞물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언제까지나 나의 이상과 견해에서 그친다.
 
  여기서 잠깐 부수적 요인, 즉 상대에 대한 정의, 최소한 범위라도 정해야 할 것 같다. 요인은 어떠한 기준에 미치기만 한다면 특정한 개체로 한정되지 않으며 수 또한 제한이 없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인 명시를 하지 않은 점은 양해를 구한다. 추상적인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명시적인 글로 드러내기는 어려울 거 같다. 이 이상적인 관념을 함께 떠올리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기준에 대한 최대한의 설명이 되겠다. 중요한 것은 요인들이 아니라 대상이기 때문에 다시 초점을 여기에 맞춘다. 멋대로 실험을 시작한 대상은, 초반에 열망은커녕 호감도 없었다. 오히려 호기심이 컸다고 해야겠다. 그것이 관심으로, 그리고 갈망으로 변해가면서 초반에는 혼란이 컸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어디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실험자가 대상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점차 요인과의 공감과 애착이 형성되면서, 서로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신뢰가 생겼다.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와 주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념이 완성되었다. 일단은. 이제는 그 사이에 무엇이 있더라도 ‘우리’가 있기에 괜찮다. 네가 약해지는 순간과 내가 강해지는 순간이, 그리고 그 반대가 잘 맞물리기 때문도 있다. 물론 나에게도 작은 ‘우리’들이 있고, 상대들에게도 ‘우리’들이 있겠지만, 함께일 때에는 다른 모든 '우리'들을 배제하고 서로에게 깊게 충실한다. 그렇게 나누는 감정, 대화와 감각은 매일 밤과 낮을 따듯하고 아름답게 밝혀, 뻗어나가는 인타라망과도 같을 관계들을 매력적이고 환상적이게 만든다. 상대는 나에게 있어서 안전한 사람들 중 가장 위험한 사람인 동시에, 위험한 사람들 중 가장 안전한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아무리 무모하다지만 역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멋대로 시작한 것을 잘 마무리지을 자신은 솔직히 없다. 하지만 기간에 제한이 있는, 현재로써는 있어보이는, 이 실험이기에 그러한 걱정은 아직 들어설 자리가 없다.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요인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겠지만 이는 대상과 그의 직관에 맡긴다. 사람들은 직관을 멍청하다고 하지만 꽤나 정확할 때가 많다고 믿는다. 최소한 나의 요인들에 대해서는. 그리고 해당 관념에 반대하는 이들이 이를 부르는 더러운 용어들이 많은 것을 알지만, 그는 관념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가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그러한 시선은 배제하려 한다. Casual 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4주가 조금 안된 지금이다.
 
2023.10.17 11: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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