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일기장

On the grind, Chapter 1

마틸다 Matilda 2024. 3. 3. 01:33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야” 이 말이 그렇게도 싫었다. 난 거기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이 아닌데.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의 생활이 얼마나 기대되는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 중 하나는, 열정을 잃는 것이다. 꼭 그것이 학업이나 일적인 요소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이유가 없어지는 순간 삶의 이유를 잃어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없는 삶은 너무나도 반복적이고 무채색일 것만 같다. 아니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그런 것들이 없을 수가 있어. 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주변에. 
20대 초반,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당연하다. 그 과정 속에는 좌절과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것을 넘어서서 너무 안일하다면 그것 나름대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불예측성을 가지고 나를 알아가려는 상태와 그저 모든 것이 귀찮고 싫어서 현실과 타협하려는 상태는 본질이 다르다. 이룬 게 없을 확률이 높은 지금, 겉으로 보았을 때는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말이다. 후자의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 나는 오히려 내가 현실을 너무 몰라서 긍정적인 것인가 하는 걱정도 했다. 왜 그냥저냥 이렇게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 거야, 라고 묻는다면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가슴이 뜨거워지고 너무 재미있는 분야니까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마치 변태를 보는 것처럼 의아하다는 표정들이 나는 너무 이상했어. 일은 하기 싫은 따분한 일이고, 그것의 보상으로 나에게 비싼 선물을 하고 좋은 여행지로 휴가를 가는 것, 그것을 워라밸이라고 포장한다면 … 이젠 머리로만 이해하기로 했다.
  최근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도 느꼈다. 나에게 여행은 잠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또한 일상이고 삶이다. 유명 명소들 앞에서 사진만 찍고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그 삶을 느끼고 사람들을 만나는 형태의 여행을 즐기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서 살고 싶지 않아, 매번 이동을 할 수도 있는 생활이 늘 여행 같이, 그리고 여행이 늘 일상 같이 느껴진다. 앞으로의 몇 년을 나는 항상 계획한다. 큰 목적지가 그대로여도, 그곳에 가는 방법들은 천차만별이니까. 단지 조금 놀란 것은, 결정들이 생각보다 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백업 플랜들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앞으로 몇 십 년 간 삶의 형태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가 정말 코 앞에 와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모르겠다. 우와 놀랜 것도 맞지만,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 그렇기에 지금의 시간과 주변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가. 하하. 나는 아주 헤매고 있다. 아주. 정말 요즘은 사람보다 챗 GPT와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손톱만큼을 알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엄청나다. 그것이 나의 원동력(Driving force)이다.
  ‘Cherry on top’ 예전부터 참 좋아하는 표현이다. 금상첨화, 이미 좋고 완벽하지만 마지막의 화룡점정을 의미한다. 한참 치즈케이크에 미쳐있었을 때 블루베리가 치즈 속에 들어있는 것보다 기본 치즈케이크 위에(On top) 블루베리가 얹혀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를 매번 놀리던 아서가 생각난다. Literally ON TOP with the hand sign lol. 일상 속에서 나 그 자체로 체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제는 너와 오래 이야기했어.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더 반갑더라고. 
 
2024.02.02 10:4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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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y sweet heart, you came out from literally nowhere. 운명 이런 거 안 좋아하는데 이런 우연이 있나. 그런 노래 있잖아, 벌써부터 마음을 아프게 할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도 막을 수 없는 거.
 
2024.03.02 10:33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