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ccup
생소함은 거절을 위한 핑계에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그 어떤 경험보다 까치발을 든 채 조심스러웠지만, 곧 익숙함에 스며들었다. 그것도 잠시, 늘 내일이 있던 하루들의 막을 내린 것은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데면데면했던 작별 인사였다.
오늘날의 Good bye 는 말 그대로 굿 바이가 아니다. Take care 이자 See you 이자 Keep in touch 를 함축하는 말로, 헤어짐만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서, 소식이 닿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괜찮을 거라 믿었지만, 당분간은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실상 앞의 Good bye 는 꽤나 애석했다. 이쪽의 해가 달을 집어삼키는 순간, 저쪽의 달이 해를 집어삼키는 이 말도 안 되는 시간여행은, 낮과 밤이 엇갈리기 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재촉했고, 주변시를 모두 지워버렸다. 과거나 여건은 아무래도 무요하다시피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했다. 침대에 납작 엎드려 뺨에 댄 것이 뜨거워질 때까지 그리운 말들과 얼굴들을 나누며, 다시는 반복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간질간질함을 처음같이 느꼈다. 너무나도 선명했던 그 마음들을 눈앞에 두고, 좋은 말로 배려이자 나쁜 말로 부담은 굳이 시야를 흩트렸다. “우리는 눈치가 없을 필요가 있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그것들은 뭉쳐 더 큰 애틋함을 만들었다. 그것은 눈앞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단, 더 먼 미래에 대한 기약들이 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핍의 소식은 기분을 묘하게 한다. 미안하지만 이기적이다. 앞으로 얼마간은 기억 속의 눈빛과 향기에 기대야 하겠지만, 그리고 가끔은 맥주 두병에 얼굴을 붉히는 그녀에게 위스키가 될 정도의 상상들이 아랫입술을 깨물게 하겠지만, 그리고 그 감정이 희미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설령 거리감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모든 주의집중을 사로잡은 그 진심은 깊숙이 간직될 것이다. 그렇게 어린 왕자, 아니 사막여우는 마음 한켠에 자리 잡는다.
2023.08.22 07:26 PM